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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로 떠나기 이틀 전, 종로의 반디 앤 루니스에서 직접 책을 고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책을 목차만 보고 책을 고르기에는 긴 시간 동안 방문하고 싶었던 미얀마를 가는데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미얀마라고 하면 아웅 산 수 치 여사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서 인생을 바친 여사. 아버지 또한 미얀마의 독립을 위해 싸운 위대한 장군이다. 하지만 아웅 산 수 치의 이미지로만 미얀마를 떠올리기에는 미얀마는 독특하고 다양한 민족과 그들의 문화가 어우러져 알록달록한 색을 나타내는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 아웅 산 수 치의 평화는 조금은 신영복 교수님의 문체가 생각나면서도(번역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 아웅 산 수 치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 냄새가 가득한 책이었다.

 

           미얀마를 여행하는 동안 참 많은 의문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물건이 100Kyat이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어째서 Kyat이나 5Kyat의 화폐가 관광지 기념품 가게에 존재하는지를 시작으로, 곳곳에 놓여있던 기부된 공짜 물’, 한국처럼 보이는 수많은 학원과 그 속의 교육열, 방문해본 대부분의 현지인들 집에 걸려있는 아웅 산 장군과 수 치 여사의 사진의 의미. 수많은 외국인들이 입고 다니는 우 파파 레이 티셔츠의 주인공 우 파파 레이가 더 이상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사연 등이다. 사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가능하면 이 책을 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미얀마 그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뒤 누군가 나에게 미얀마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나는 한번도 아웅 산 수 치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없다. 미얀마 사람들 그 자체가 아주 매력적이었으며, 그 문화의 마블링 자체가 너무나 신비로웠기에.

 

           나는 미얀마를 여행하려는 여행자보다는 미얀마 여행을 마친 여행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가 길 위에서 부딪히는 낯설고 신기한 풍경에 대한 해설을 아웅산 수 치 여사가 들려주기 때문이다. 번역판에서 평화라는 제목을 사용하는 바람에 이 책이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물론 민주화 투쟁을 다루고는 있지만 책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수 치 여사로부터 날아든 이 수많은 편지는 미얀마의 문화를 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고 읽어주는 책이며, 나아가 다양한 삶과 인간에 대한 고민을 기록한 편지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의 외신을 읽으면 수 치 여사가 소수 민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후에 변질되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는가?

 

           미얀마에서 수많은 미얀마 사람을 만났고, 만난 모든 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아웅 산 수 치 여사를 존경합니까?’ 그들의 대답은 우리는 아웅 산 수 치 여사를 사랑한다.’ 였다. 미얀마에 민간 정부가 들어서긴 했지만, 미얀마의 민주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대부분의 사랑을 받는 그녀의 선택과 고민,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는 미얀마의 미래에 큰 축이 될 것이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편지로 세계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던 수 치 여사가 자신의 시간을 잊지 않고, 미얀마를 다시 부국의 길로 이끄는데 일조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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