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묘사한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문학적인 서술방법을 중국의 이미지를 묘사할 때 적용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나라이다. 심지어 달걀도 만들어 내는 나라가 아니던가?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은 채 넘어지는 그런 나라다. 황비홍이 날아다니고, 아플 때는 개미탕을 먹고, 용춤과 폭죽이 터지며, 패왕별희의 무서운 얼굴이 가느다란 모기 목소리 때문에 웃음으로 변해버리는 나라이다. 한편으로는 루쉰과 위화 같은 위대한 문학작가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문학 속에도 가난한 중국인의 삶의 모습과 역사의 그림이 있을 뿐, 현대 중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부귀영화는 중국보다는 홍콩의 이미지에 가깝다. 어린시절부터 줄곧 들어 온 말, 중국은 가난하고, 인구만 많은 국가였다.
어느 순간 중국은 가난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이제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된 중국의 이미지는 아프리카나 중남미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이제는 외화보유액 세계 1위라는 이름을 단 G2국가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머리에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떠나지 않는다. 정말 중국은 변해 있는 것일까? 정말 그들은 부자일까? 중국에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중국이 현재 당면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읽어낼 방법이 없다. 신문에서는 자극적인 내용만을 보도하고, 증권사의 리포트도 대부분 돈이 될만한 부분에 한해서,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투자를 위한 분석을 주로 하고 있었다. 최근에 읽었던 거우 홍양의 ‘저탄소의 음모’를 읽으면서, 내가 놀랐던 건, 중국인의 시각이었다. 서구라는 세계의 주류가 쓰는 시각이 아닌, 중국의 한 저자가 개발도상국의 시각에서 ‘저탄소’를 앞세운 환경정책의 맹점과 세계 정치판을 꼬집은 시각은 중국 저자들의 시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지난 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중고서점을 기웃거리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사실 요즘 지갑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태라 고민하다가 중국인이 쓴 중국에 관한 진단서라는 평가에 부담스럽지만 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오늘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은 상당히 유익한 책이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와 참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을 막연히 알고 있는 이미지로 설명하려 든다. ‘꽌시(관계)’가 중요하고, 지저분하고 등 구체적인 법제적인 문제나, 당의 행보, 부동산이 왜 치솟았으며, 2008년 경제 위기 때, 시멘트와 철근을 왜 그렇게 소비해댔는지를 그리고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은 쉽게 만나보기 힘들다. 랑셴핑 교수는 순수 중국의 학자라고 보기 어렵다. 해외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좀 더 현실적이고 남 눈치를 보지 않는 정확한 혹은 자기만의 뚜렷한 판단을 제시하기 수월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장하준 교수의 책들에 비해서 제시하는 자료와 근거는 조금 빈약해 보일 수 있지만,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의 사례를 잘 연결해서 중국의 사례와 비교해보게 만듦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할까?
총 16장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단은 저 큰 땅 중국의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더 이상 주눅을 들지 않아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체계적이다. 특히, 중국의 환경을 다룬 부분에서는 앞으로 새롭게 떠오를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또한, 이미 알고 있었던 팍스콘과 애플의 착취구조에 대한 고찰, 중국산 제품이 저질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칭찬이건 비난이건, 대상의 실명을 그대로 밝히고 그들의 행동을 ‘중국의 뉴스’ 속에서 발췌함으로써, 신뢰감이 들면서도 걱정스러운 면도 있었다. 아쉬운 점을 계속해서 밝혀보자면, 주장이 근거를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주장 중 대부분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었지만, 학자라면 훨씬 더 많은 자료와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승부를 보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16장이 끝나면서 갑자기 끝나버렸다. 왜 중국의 부와 중국인의 가난의 격차가 점차 커져가는지 마지막에 정리를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거나, 혹은 앞으로 중국 젊은 이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식의 제언이라도 덧붙였다면 훨씬 좋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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