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식에 대한 투자가 끝날 즈음하여, 즉 매수했던 주식을 팔 때가 다가오면 늘 고민이 생긴다. 다음에는 무슨 주식을 살까? 7년간 주식을 하고 있지만, 늘 매매를 하는 순간은 가슴이 두근대며, 종목을 고르는 순간은 아직까지도 차가운 이성보다는 뜨거운 감성에 기댄다. 돈을 벌고 잃는 그 좌절과 환희의 느낌보다는, 이제는 분석한 기업가치가 시장에서도 나와 똑같이 평가 받아, 내 투자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증명하는 오락 같은 느낌이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돈에 큰 욕심이 없다. 돈을 버는 것도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악착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된 나에게 가장 매혹적인 게임으로 다가온 주식투자는 늘 좌절과 환희를 안겨준다.
매매를 하다 보면 한번씩 매너리즘에 빠진다. 매너리즘은 단기매매가 지속적으로 적중할 때 가장 빠르게 찾아온다. 스스로 마치 무슨 예언자가 된 마냥 으슥하기 마련이며, 신들린 듯 다음 종목을 찾기 바쁘다. 기본적인 기업분석 보다는 차트분석에 의존하게 되고, 큰 흐름보다는 눈 앞의 산봉우리를 보기 바쁘게 된다. 결론적으로는 삶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더 어린 시절에는 매너리즘 마저 철없이 즐기던 때가 있었다. ‘이번만 틀렸다’거나, ‘다음에는 분명히 적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이성적인 만큼 모순되게 비이성적이며, 상식이 통할 때도 있지만 누구나 아는 상식조차 통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7년이란 시간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 게임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가 찾은 답은 주식시장이라는 전장을 누벼온, 동시에 그 전장 속에서 살아남은 대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여기서 대가란, 얼마로 얼마 벌었다 등의 근거 없는 저자의 글이 아닌, 나름의 철학이 있는 투자자를 칭한다. 나에게 여태껏 도움을 준 대가라고 하면 개별종목을 고르는 눈을 길러준 피터 린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동시에 그는 폭락장에도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은 장기투자와 기업가치를 살펴보는 안목 등 전반적인 투자마인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지 소러스의 경우, ‘재귀성’이라는 이론은 아주 재미있고 구미 당기는 철학이지만, 그가 주로 약세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투자자이므로 나의 투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존 보글 역시 인덱스펀드에 대한 굳은 믿음을 주었지만, 한국의 인덱스 ETF는 너무 큰 유동성 때문에 인덱스 펀드로의 매력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에 대한 느낌을 정의해주는 사람이다. (아직 두 권의 서적이 남아있지만, 총서 중 첫 번째 서적이 이런 느낌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대공황을 겪어온 노장의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돈에 대한 생각이 더 재미있다. 그는 백만장자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 ‘자기 자본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행하는데 있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p27)’고 적었다. 사실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사소한 두 줄 때문에 나는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졌다. 물론, 돈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바를 행하는데 있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을 기준으로 말이다. 이 총서를 집필하고 별세를 해버린 저자는 마치 자신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서적이라는 걸 안듯이, 주식시장이라는 시장의 요소를 하나하나 파악하며 적고 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하면서 핵심적으로! ‘코스톨라니의 달걀’은 6단계로 주식시장의 국면을 나누어서, 시장자체를 판단하기 편하게 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아주 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늘 돈이라는 주제는 민감하다. 그런데 돈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까? 벌어들이는 방법과 쓰는 용도에 대한 고민만 가득한 것 같다. 다른 주식 서적도 대부분 종목을 고르거나, 주식을 투자하는 시기, 시장의 뒷이야기 등이 난무하지만, 돈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코스톨라니가 적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덧붙이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돈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갈망하는 그 어떤 것이다. 뱀이 마술사의 조종을 받는 것처럼, 사람들은 돈에 최면이 걸려 있다. 그러나 돈과는 확실하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그냥 따라가서는 안 되며, 오나시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돈에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상승하고 있는 주가를 뒤쫓아가기보다는 떨어지고 있는 주가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주식시장에서 더욱 유효한다.
p.28,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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