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후면 공식적으로 서른 살이 된다. 스무 살의 내 꿈은 무엇이었던가? 분명히 이십 대 시작의 내 꿈은 ‘서른 살이 됐을 때, 나의 이십 대는 너무 재미있었고, 즐거웠기 때문에 서른 살로 시작되는 삼십 대가 너무 기대된다고 당차고 설레게 말할 수 있는 이십 대를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나의 이십 대는 늘 즐거움과 새로움이 가득 차있었고, 순간순간은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늘 그 순간들은 지금의 나를 이끌어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었다. 스물아홉인 지금의 나 역시 하루하루 조금은 불안하면서도 걱정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곧 발표될 대학원에는 합격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나는 다 해낼 수 있을까? 이 길은 옳은 길일까?’ 같은 내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님과의 관계문제, 친구들, 사회생활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관계문제, 혹은 내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사소한 모든 것들이 대충 넘겨버릴 수 만은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여자친구에 대한 내 마음 씀씀이를 고민하다가 우연찮게 김혜남 작가를 알게 됐다. 저자는 정신분석전문의로써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여럿 썼다. 조금 내가 거만한 시선으로 책을 훑어 봤을 때는 깊이가 없다라고 내려놓았지만, 결국 나는 이 책을 다시 찾았다. 아쉬울 때, 자신을 낮추고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느낌이랄까? 찬찬히 읽어본 저자의 책은 놀랍다. 알차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늘 듣고 싶었던 말인 '당신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거침없이 해준다. 이런 칭찬을 하는 이유는 마치 책을 쓰기 위해 전문의를 따고, 자료를 모은 사람마냥,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여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소설을 소비하는 듯이 읽어 내리는 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소설의 한 인물의 행동마저 분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도 더 많은 사람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나의 가설에 의해 저자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인생을 점검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사회에 만연한 현상들까지도 아우른다. 자기 방어에 급급하면서도 아닌척하기 바쁜 사람들에게 혼자 조용히 자신을 진단할 수 있는, 그래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이해력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른이란 나이에 맞게 모두가 중심에 서있는 일과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사랑과 결혼 등 일상에서 우리가 짧게 고민하여 답을 찾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문제들을 친숙한 책과 영화 등의 캐릭터를 인용하여 풀어준다. 각 챕터가 짧게 짧게 구성되어 있어 읽는데도 부담 없다. 나는 이런 작가들이 좋다. 완전한 창작의 문학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언제나 모두가 공감할 만한 풍부한 근거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편견을 뒤엎어주는 분이다. 일에 치어 혹은 주변에 치여,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해는 새로운 시도의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과 나이 듦의 장점이 서로 만나고 섞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서른의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당신의 결정과 판단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많은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믿고 세상을 향한 발거음을 힘차게 내디뎌라. 왜냐하면 당신은 언제나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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