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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랜만에 글을 쓴다. 환경대학원을 졸업한지 5년이 훌쩍 넘었다.

 

2013년 환경대학원과 관련한 입시 글이 없을 때, 글을 쓴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입학을 했다. 이후에 신입생 환영회를 갈 때 마다, 글 읽고 만나보고 싶었다고 하는 후배들이 많았다. 온라인 상으로도 이메일과 댓글 방명록 등으로 문의가 생각보다 많아서 어느 순간 글을 내리기도 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 집학에 뜻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지만, 내 앞길이 너무나도 멀어서 외면하기도 했다. 

 

현재는 다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 오랜만에 이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글을 남긴다. 이제는 5년이 흘렀고 내 선후배들의 진로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보다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나는. 결국 2015년 8월에 4학기 만에 석사를 잘 마쳤다. 졸업 논문은 우수논문을 받았고 논문을 쓰기 위해 해외의 공무원 25명 가량을 만났으며, 이를 위해 4개월간 해외를 가기도 했었다. 사실 선배들 중에는 해외의 정책이나 환경을 주제로 해외까지 나가서 논문을 쓰는 경우가 없었지만, 내가 논문을 쓴 이후부터 더 많은 후배들이 해외로 논문을 쓰러 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석사를 하면서 배운 내 나름의 세상을 보는 방법(연구방법과 절차, 논리적 사고)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값지다는 것이다. 석사에서는 다양한 전공 콘텐츠를 배우겠지만, 콘텐츠는 결국 업데이트 되기 마련이며 지금 시대에는 검색으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나름대로 어떠한 문제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접근할 지에 관한 프로세스 수립, 접근 방법 수립, 해결방안 수립의 눈과 실력을 키운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 우물 파서 박사까지 가서 specialist가 되겠다고 하면, 콘텐츠에 관한 깊이도 당연히 꾸준히 남들보다 넓고 깊게 쌓아야 한다.

 

환경대학원이 좋은 점은 서울대학교 안에 있는 실무 위주의 특수대학원(행정대학원, 환경대학원, 국제대학원 등)이지만, 학위 심사 만큼은 좀 더 학술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차이인가 하면, 해외에서 나의 논문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줄 것인가이다. 이는 내가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러 간 어떤 자리에서 연,고대 국제대학원 교수님들과 내 지도교수님의 대화에서 알게된 사실이다. 어떤 학교들은 특수대학원의 경우 학술적 가치가 있는 논문을 작성하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한 곳이 있다고 한다. 이는 본인이 추후 해외 유학 등에 생각이 있을 때, 자칫하면 석사를 한번 더 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포스팅들이 있으니 꼭 찾아보길 바란다. 

 

 

나의 진로 - (1) 스타트업

연구를 하면서 답답한 것이 많았다. 어딘가에 앉아서 글을 보고 분석을 하지만... 현실과 뭔가 동떨어진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졸업한 이후 교수님을 비롯 주변 학우들이 당연히 박사학위를 진학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1년 정도 사업전략, 서비스기획, IR 주도 등을 하다가 결국 국책 연구기관으로 돌아갔다. 1년 동안 약 40억 가량의 투자 유치를 함께 했으나, 초기의 스타트업을 견디기에 나는 아직 무뎠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입시생들이 석사를 하고 나아가 박사를 밟는다고 해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밟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나의 진로 - (2) 국책연구기관

세종에서 2년 반 정도 국책연구기관에서의 근무 업무는 다음과 같다. 석사급이 국책연구원에서 하는 업무는 실제적인 분석부터 행정, 나아가 연구기획 참여까지 다양하다. 나의 경우, 운이 좋게도 담당 박사님이 환경연구기관에서도 특히 큰 사업을 많이 하시는 분이어서 크고 다양한 사업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너지 정책 관련 연구보고서를 약10권 가량 작성하였고, 논문과 학술발표 등도 챙길 수 있었다. 해외 기관과의 협조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경험과 다양한 교수님들과 인맥을 쌓는 등의 네트워크 확대가 국책연구기관의 장점이다. 물론 부서나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 경험의 폭과 혜택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 3년에 약 50억에 가까운 타 기관 연구기획에 A to Z로 참여하여 함께 주도해보았으며, 그 외에도 20억, 5억, 3억 등의 사업기획 업무를 수행하였다. 추가로 한국에서 몇 명 하지 못하는 방법론을 익히게 되어 퇴사 이후에도, 연구원으로 역으로 특강을 하러 가는 등의 혜택을 누렸다.

 

국책연구기관은 석사 이후에 혹은 박사 이후에 많이들 거쳐가는 곳이다. 물론 석사학위로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박사 학위가 없을 경우 승진에 제한이 있어, 동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워라벨이 어느정도 보장되며 1년에 한가한 시기들이 주기적으로 있어 장기로 휴가를 갈 수도 있고, 업무 자체가 지속적인 학습과 공유이다 보니 학습의 폭과 사회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의 진로 - (3) 다시 회사

누군가의 스카웃으로 인해 약 400명 정도 되는 회사의 어떤 부서 본부장으로 스카웃이 되었다. 30대 중반에 본부장이라 조금 파격적이긴 했지만, 오너부터 시작해서 대체로 젊은 사람이 많은 회사였다. 이곳에서는 사업기획과 운영, 노무, 재무 등의 업무를 했다(이는 개인적으로 과거의 공부를 한 영향). 국책연구기관에서 데이터를 다룰 일들이 있었고, 이에 관련한 활용과 분석에 엮여 있었으므로, 회사 내 산적한 데이터들을 경영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했다.

 

업무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가맹 전 시장조사 데이터와 고객관련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를 진행하였고, 이와 엮어서 매출 성장을 위해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마케팅을 배우며 익혔다. 여기에서도 대학원에서 배운 FGI를 비롯한 질적연구 방법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나의 진로 - (4) 또 다른 회사

누군가의 추천으로 인해 앞의 회사보다 매출이 20배 정도 큰 약 1400명이 근무하는 회사의 팀장급으로 이직을 하였다. 이곳에서는 신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의 고객들 반응을 데이터와 FGI를 통해 분석하며 개선해가는 업무를 하고 있다. 신사업 중 한 갈래를 성공시키는게 핵심 목표이다.

 

 

다른 선후배 동료들의 진로

다른 선후배 동료들의 진로는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진로들을 말하겠다. 주로 환경관리 전공을 중심으로 말하겠다. 도시/조경/교통쪽은 지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적을 만큼 내가 잘 알지 못한다.

 

박사

국내는 대부분 서울대. 다른 곳으로 갔다는 소식은 거의 못들었다. 국외는 미국, 영국, 스위스, 독일 등으로 다양하게 진학. 분야는 에너지, 기후변화, 도시정책, 도시계획, 농경제 등

 

국제기구

탑티어 급에는 월드뱅크 등 본사로 정규로 간 친구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2명 안다. 이들은 한명은 환경부에서 지원하는 국제환경전문가 프로그램 인턴 > 컨설턴트 > 정규직이 되었고, 한명은 JPO를 통과하였다. 그 외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UNV를 통해 본인이 생활했던 국가의 지역 사무소로 가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KOICA 등 지역 전문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기관

서울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세연구원, 법제연구원, 산업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국책 및 각 지역 개발연구원으로 많이 간다. 석사급으로 1~2년 있다가 서럽다 답답하다며 박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 주로 잘된 경우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연구를 많이 한 담당 박사들이 추천서를 잘 써주어 +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동안 논문도 쓰고...

 

 

 

공공기관

국회(특정 의원 소속으로), GIR, 서울시, 재단, 협회 등의 공공기관 성격의 기관으로 가는 친구들이 있다.

 

회사

환경이나 에너지 분야 회사로 가는 경우도 있다. 컨설턴트로 가는 경우들도 있지만, 환경대학원에서 회사로 가는 경우는 좀 드문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드물다. 회사로 가는 경우는 대부분 학부의 전공을 살려서 가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네트워크에서 얼굴을 자주 보기가 힘들어진다.

 

 

이 정도에서 정리하여야 겠다. 다만, 해주고 싶은 말은 환경대학원이 요즘 여러 이슈에 휩싸여 있지만...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참 소중한 곳이다. 환경/에너지/도시/교통 관련해서는 어디 회사, 어떤 장소를 가도 든든한 선배들이 많은 곳이다. 진로 선택의 기점에서 환경대학원을 고려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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