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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이해서 어떤 책들을 읽을까 많이 고민한다. 대학원 1학기가 끝나면서 드는 생각은 어리바리 하다가 그냥 몇 개월이 지나가버린 것 같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은 많이 못 읽었는데, 그래도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읽은 책이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작성법 강의’이다. ‘장미의 전쟁’, ‘푸코의 진자’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소개는 에코의 책에 대해서 쓸 때 쓰기로 한다. 이번에 중고서점에 갔다가 논문 작성법 강의에서 소개하는 대학원 생활과 참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신년을 맞아 다시 마음을 다 잡을 겸, 묵묵히 재미없는 대학원생활이 아닌 좀 더 다양한 고민들을 할 수 있는 책을 찾던 도중 만난 책이다. 책 제목은 황농문 교수의 ‘공부하는 힘’이다.

          황농문 교수의 ‘몰입’은 이전에 서평을 쓴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생각보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방법에 대해서 섬세하고 자세하게 방법론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서 득을 본 저자 자신과 제자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몰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단순히 공부에 대한 깨달음을 넘어서 삶에 대한 기쁨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몰입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었다. 지난 1학기에서 내가 몰입을 할 정도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 적이 있었나? 도시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담은 7분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랬던 것 같다. 당시에 밀린 스케줄에도 계속해서 그 동영상에 대한 부담으로 끊임없이 고민했던 기억이 나는데, 결국 영상은 발표 직전 완성했고, 조금 논리나 주제의 흐트러짐은 있었지만 교수님과 학생들이 호평을 해주던 기억이 난다. 다른 에피소드들에 대해서는 늘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산되어 집중할 수 없었다는 반성을 ‘몰입’이라는 책을 돌이켜 보며 해본다.

           이 책 ‘공부하는 힘’은 ‘몰입’에 관한 황농문 교수의 두 가지 이야기 이후, 여전히 독자들이 물어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도 ‘몰입2’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몰입2’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에 사례중심이었을 것이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에 ‘몰입’이라는 책을 읽다가 나처럼 대학원생들이나 바쁜 직장인들, 혹은 수험생들처럼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쉽게 다가올 수 없는 몰입의 과정에 대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나아가 몰입법에 대한 방법이나 사례에 그치지 않고 몰입을 기반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교육현장에서 몰입, 즉 체험 학습을 기반으로 한 교육법의 그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몰입에 대한 황농문 교수의 고민이 사회를 향한 고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p.210부터 다루는 ‘대학원 과정은 대학 과정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대학원 공부를 하다보면 의외로 창의성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처럼 논문을 하나 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하고, 선행연구들을 읽으며 주제를 찾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원 생활은 고민할 시간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매주 다른 주제의 발제를 준비해야하고, 책도 읽어야 하며, 과제를 ‘시간 내’에 제출해야 하기도 한다. 고민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창의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그래서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박사과정을 진학해서 긴 시간 한 분야에 대한 고민시간을 갖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참석한 신년하례식에서 최근에 박사학위를 마친 선배들을 보니, 긴 고민의 시간을 끝내고 학위를 받았다는 생각에 감히 참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빠르게 스윽 읽을 수 있는 방법론적인 서적이다. 그렇다고 그 가치가 가벼운 책은 아니다. 특히 창의성이 필요한 사람들이 멀티태스킹이라는 최근의 사회가 요구하는 얕은 생각의 연속에서 고민할 때,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 며칠 책의 황농문 교수가 제시한 것처럼 천천히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끈질기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공부를 하고 있다. 저자와 에코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에서 범위를 조금 좁히고 더 많이 고민하며 공부하는 장소가 대학원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인지했다. 올해는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몰입을 이루기에는 포기해야하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이 마음에 좀 걸리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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