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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기후변화를 다루는 책들이 인간의 활동이 지구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반해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현재의 기후변화가 인간의 생활 및 건강에 어떻게 해를 끼치고 있는지, 공중보건에는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사회 권력과 경제조직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저자가 기후변화 전문가가 아니라 의사출신의 보건학을 전공했으며, 아프리카에서 공중의료에 종사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오랜 시간 관찰해왔다는 점이다. 기존의 책들이 이론적으로 접근하며 몇몇 사례를 논하고, 앞으로의 경제·정치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사례들과 결론을 나열하는 반면 이 책은 누군가의 생활과 삶이 기후로 인해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로 듦으로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 효과적으로 일깨워 준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질병의 확산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기를 경고하며 책을 시작한다. 사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2도만 높아져도 지금껏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로웠던 아프리카의 고산 지역조차도 수백만 명이 말라리아에 취약해 질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점을 미얀마를 여행하다가 삔따야와 같은 고산지역을 올라가면서 떠올린 적이 있다. 한국의 강원도처럼 고랭지 농업을 하고 모기가 비교적 적던 이 지역에 날씨가 따뜻해져서 말라리아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고랭지 농업이 불가능해지면 미얀마 사람들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고 대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품던 기억이 난다. 저자 또한 이 지역들이 문제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개도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2도라는 기온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지만 인간의 체온이 2도씨 올라가면 위험해지듯 사실 실제적으로 모기에겐 번식을 하기 위해 아주 알맞은 환경이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한 지역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질병들이 창궐하고 그에 대해 경제적·정치적인 대응 능력이 없는 개도국들의 상황을 잘 보여 줌으로써 다시 한 번 기후정의 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됐다.

          사실 말라리아모기만이 문제로 꼽히지는 않는다. 모기는 국가의 보건능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 차단이 가능한 문제이지 않던가? 저자는 모기 외에도 각종 질병 및 호흡기 질환이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경고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증가만으로도 건초열이나 꽃가루 때문에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활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등의 건강상의 위협을 걱정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조기 경보 시스템과 공원이나 녹지의 조성을 통한 도시의 기온 상승을 예방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사실 한국 이외의 국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는 인구가 과밀한 지역이며 병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구조를 지니는 등의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여태껏 도시의 효율성 및 경제적인 측면을 위주로 도시의 건물과 구조 등을 재편해왔다면 이제는 환경, 아니 어쩌면 인간의 건강을 고려하는 측면으로 도시를 재생산하는 방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식량안보의 문제는 기후변화의 참 심각한 화두다. 식물학자들 중에는 기후가 따뜻해지고 이산화탄소가 더 짙어지면 농업에서의 수확량이 풍부해져 먹거리 생산에 도움이 된다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우리 입에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리는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처럼 곡물가격은 국제시장에서 요동을 치고 있으며, 각국의 밀수출 금지 등으로 인해 아랍에서는 식량이 도화선이 되어 민주화의 바람까지 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풍수해와 따뜻한 날씨에서 기승을 부리는 해충의 증가 등으로 인해 사실 실제적인 식량 생산량의 증가는 상쇄된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식량이라는 문제는 안보와 연관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데 기아, 영양실조, 수자원 고갈 등의 위험이 한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의 정책과 발전이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의 발전과 적응은 그간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농업이 뒤로 밀린 것과는 달리 앞으로 국가의 튼튼한 기반을 평가하는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저자는 극단적인 날씨가 해양 질병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 또한 언급한다. 그는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고 바다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빈도가 증가하면 연안의 해양생태계가 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결국에는 인간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해양수산업과 연관되는데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제적인 피해와 바다에서 공급받는 식량에 관한 문제와도 연관된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가 바다의 산도에 영향을 미쳐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이브마스터 생활을 하면서 한 바다를 5개월간 꾸준히 관찰할 수 있었던 경험을 한터라 기후변화에 대한 바다의 생태계변화에 관심이 더 가는 부분이었음에도 직접 바다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은 저자라서 그런지 자세한 이야기보다는 개괄적인 이야기가 더 많았다.

           생태계는 인류에게 건강한 음식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과 활동이 지구가 제공하는 생태계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있다. 생태계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는데 생태계의 유기성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침투하는 질병은 치명적일 수 있음을 저자는 주장한다. 지구본을 두고 지구를 둘러보다 보면 사실 기후변화로 인한 모든 문제들 특히 생태계의 파괴조차도 개도국들이 포진하는 적도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에서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에 필리핀이 태풍 하이옌에 의해 크게 피해를 보고 그 대표가 COP19차에서 각국의 정상들에게 책임감 있는 협상을 진행해달라고 호소한 것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들의 현실상황을 보여준다. 사실 미국의 경우에도 카트리나 등의 허리케인으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재난은 개도국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러한 기상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신체적인 건강이나 보건상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관련된 정신질환까지 겪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은 이러한데 우리는 여전히 환경을 크게 고려하지 못한 성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환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참 다양하다.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은 이와 관련된 여러 학생의 태도이다. 처음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은 지극히 반성장·반기업적인 주장을 많이 하며, 환경을 도구로 배우러 온 사람들의 경우는 경제적인 논리나 정치적 논리를 많이 고려한 상태에서 환경을 단지 고려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가 살아가는 집이 더럽혀지든 무너지든 상관없이 나는 그 집을 활용해서 돈만 벌고 잘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집은 무너지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 나가면 되지만,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리는 어디로 도피를 할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든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후변화라고 하면 지구가 따뜻해지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재 IPCC 5차보고서에 따르면 더워지는 곳은 더 더워지고 추워지는 곳은 더 추워지는 기후변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정말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혼란(climate disruption)이라는 표현을 써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집트와 베트남에 갑자기 눈이 내리는 현상에 SNS세상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공유했지만, 그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고민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과 20여년 사이에 기후에 대한 변화는 우리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그에 대한 관심과 행동변화는 크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기후변화의 현재상황이나 이로 인한 기업의 기회와 국제협상테이블의 지루한 진척정도를 다루지 않고 당장 우리의 건강한 삶에 기후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우리가 참여하기도 힘든 배출권거래제나 대형시설들에 대한 글들은 우리 피부에 와 닿기 어렵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그래서 어쩌라고의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저자가 밝히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활과 보건과 직접적인 영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으로는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의 정치학>과 마찬가지로 이 책마저도 기후변화의 해결책에 대부분 경제적인 유인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경제발전을 위한 급속한 산업화였는데, 이에 경제를 다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개개인의 건강과 큰 관련성을 지닌다면 우리 몸 하나에서 나오는 행동 하나부터 바꾸고, 인식을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하지 않을까?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이미 변해가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잘 살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관점에서의 행동적 변화를 이루어내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인 제도들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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