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ine of the Spotless Mind)의 제목이 유별나게 잘 지어진 제목은 아닌지라 한 두 번 듣고도 머릿에서 쉽게 떠날지 몰라도, Charlie Kaufman의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마치 제목이 주는 느낌의 한 자락처럼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도 제목에 대한 여운이 남는다. 이 영화는 연인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랑, 상실 그리고 감히 건드릴 수 없을 법한 기억의 고유한 가치를 Joel과 Clementine의 사랑과 삶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터널 선샤인 (출처: 구글이미지)
이 영화는 아주 이해하기 난해하다. 사건이 진행되는 순서가 거꾸로 뒤죽박죽 되어 있으며, 마치 퍼즐 조각를 찾는 기분처럼 여러가지 기억의 피스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하기 위해서 혹은 공감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퍼즐 맞추기를 해야만 한다. 이에 더해, 영화의 장르 자체가 단순히 로맨스 하나가 아니라 현실주의와 비현실주의를 다루는 하나의 공상과학까지 가미되어 있다. 영화가 가진 뭔가 이가 하나 빠진듯한 짜임새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 작품을 사람들의 마음에 깊숙히 자리잡고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만 하는 하나의 걸작으로 만들어준다. 영화가 비논리적이지만 사랑도 비논리적이고, 내용이 뭔가 혼란스럽지만, 우리들의 기억력 또한 이처럼 혼란스럽지 아니한가?
이 영화는 한 연인이 헤어진 상황을 보여주고 나서는 다시 상황의 처음으로 돌아가 한 연인이 어떻게 하여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Joel이 가진 기억의 조각들로 보여준다. 영화의 끝에선 다시 두 사람이 자신들의 관계에 대한 ‘미래’를 인지한 상태에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이를 통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우리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왜 사랑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지, 그리고 왜 긴 시간이 지난 후에 평범하고 지루한 관계의 늪에 빠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정말 awesome하다. hilarious하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가슴 아픈 사랑을 공감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연인의 관계’라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운가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를 통해서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아름답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계속 가슴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나에게 계속 해대는 질문이 있다. ‘만약 연인의 관계가 깨졌을 때, 과연 우리는 머릿속의 그 기억들을 완전히 지워내야만 하는 걸까?’.
Joel의 기억은 영화를 끌고 나갈 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건을 보여주는 조각들의 단위가 된다. 따라서 기억(memory)에 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우선 이 영화에 나오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 영화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난 잊고 기억들이 제거가 될 수 있고, 제거가 될 때 그 기억과 관련된 물건들은 곧 슬픔을 유발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버린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전제에 역행하는 방법의 하나를 소개한다. 이는 기억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시도로써 초월적인 비현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는 무언가로 인해 기억이 ‘전혀 생뚱맞은 또 다른 하나의 사실’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돌아가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본다면, Joel의 기억탐험이라는 체험을 통해서 사실 많은 공감을 할 수가 있었다. Joel은 Clementine에 대한 그의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찾아본다. 순간순간을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Clementine과 함께 했던 때의 행복한 기억들을 다시 보물찾기하듯이 찾는 모습에서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둘만이 아는 기억들 덕에 세상엔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일 뿐만 아니라 그 관계의 소중함이 자신의 삶만큼이나 소중하고 정신적인 수준에 있음을 느낀다. 사실 아직 나는 답을 못하겠다. 아무리 그 사람이 싫다고 해서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리는 일을 (기술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는 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다시 서로가 만났을 때 Joel과 Clementine처럼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갈지 미리 알고 시작한다면, 과연 그 무서움에 난 그 만남을 다시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의 대답은 “절대 없다.” 이다.
미국의 잡지인 Rolling Stone이 이 영화를 묘사하기를 “이터널 선샤인에서 우리는 단순한사랑이야기 하나를 감상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사랑의 모습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Watching “Eternal Sunshine”, you don’t just watch a love story – you fall in love with what love really is.)” 아직도 난 모르겠다. ‘진정한 사랑(What love really is)’이 뭔지를.
마지막의 도표는 이터널 선샤인의 여러가지 감정기복과 관계들을 인물별로 시기별로 차트로 표현한 것이다. 외국 자료들을 뒤지다 보니 있길래 이해하기도 편하고 한 눈에 들어오는 관계도가 마음에 들어서 올려둔다. 출처는James Dai. 따로 논문은 없었다.
(출처: James 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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