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고야의 영혼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 하비에르 바르뎀부터 나탈리 포트만까지 배우들의 캐스팅은 상당히 매력적인 연기파로 이루어졌고, '아마데우스'를 만든 밀로스 포먼이 감독을 했으니 이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독과 출연진만 봐도 흐뭇하게 영화를 감상할 맛이 날 것 같다. 또한, 영화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요소들과 생각거리가 많이 들어있다. 보쉬의 <쾌락의 동산>이 스페인을 점령한 프랑스군의 모습에서 나올 뿐만 아니라, 고야의 실제 그림들과 판화를 제작하는 과정 등 깨알재미가 많다.

 

영화 고야의 영혼(Goyas Ghosts) 18세기말 스페인의 궁중화가였던 쁘란씨스꼬 데 고야(Francisco de goya)의 시선으로 18세기말과 19세기 초의 스페인 사회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18세기 스페인의 카를로스 3세가 헤수이타파를 축출하고 스페인 카톨릭 전통주의를 고수하면서부터 재등장했던 종교재판소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종교는 서양의 역사에서 인류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동력이 되었던 적이 있으나, 동시에 인간을 말살하고 종교에 봉사하고 헌신토록 억압하는 강제적인 수단으로의 역할도 했다. 종교 또한 정치와 비슷하게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인간들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왔음은 자명한 것 같다특히 중세 서양에서 그런 일은 빈번했고 르네상스, 바로크로코코를 넘어 신고전주의나 낭만주의시대까지 이런 폐해는 엄연히 존재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당시의 스페인에서는 계몽주의 자체가 카톨릭 전통주의에 의해서 뿌리 박히지 못한 상태였다종교의 확고한 지위 때문에 스페인 사회에 계몽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함으로써, 그 당시 스페인 사회 전반에는 이성적인 비판 정신이 결여되어 있었다영화에서 종교재판소가 이네쓰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결정하고 고문을 행한 에피소드와 신을 믿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대사 등에서 우리는 쉽게 이를 엿볼 수 있다프랑스의 나폴레옹 군에 스페인 민중들이 열광한 것은 비이성적인 카톨릭 전통주의가 아니라 이성이라는 기치하에 혁명을 내건 그들에게 보내는 찬사가 아니었을까하지만 민중들의 이상과는 달리 폭압적이고 스페인 민중들을 무참히 학살하던 프랑스 군의 권력을 위한 ‘이름만 바꾼 또 다른 종교’는 기존의 비이성적이던 종교의 자리를 대체하지 못했고 또 다시 스페인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힌다스페인을 시초로 한 대 나폴레옹 투쟁과 더불어 프랑스군의 대 러시아전 패배로 프랑스군이 물러 난 스페인에는 드디어 근대라는 새로운 역사가 찾아왔다.

 

           스페인의 절대왕정 시기는 권력이 미술을 지배했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미술이 권력을 비판하던 시기이기도 하다고야의 영혼에서 고야가 귀족들의 초상을 그리는 모습이 초반에 나온다여왕을 그리면서 ‘있는 그대로멋있게’ 역사에 남고 싶었던 여왕의 마음을 모른 채, 여왕의 맛대로 ‘있는 그대로’ 그렸다가 여왕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고야의 모습은 실제 낭만주의 화가로 알려진 고야의 모습이다그를 방으로 불러들여 엉터리 자작곡을 들려주던 왕의 모습은 고야에게 ‘있는 그대로’보다는 실체가 못나더라도 아름답게 알아서 미화한 예술을 바라던 당시 권력자들의 욕심을 그제서야 알게되는 고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권력과 떨어진 경우는 달랐다.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하던 당시 청력을 잃게 된 고야는 이전까지와는 반대로 혼돈스러웠던 시대적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그림 속에 담아낸다고야는 혁명이라는 달콤한 말로 살육과 폭행을 정당화하던 프랑스 군의 말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들을 캔버스에 그대로 담아내며인류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울 수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 역사의 단면을 기록했다.

 

            고야라는 화가는 격변하는 그 당시의 시대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들을 거칠지만 생생하게 자신의 그림에 담아 냈다는 점에서 현대 스페인 미술사에서 높게 평가 받는다어쩌면 청력을 잃게 된 고야가 수많은 영감의 통로라고 할 수 있는 오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인 청력을 잃음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각으로만 접하는 제한된 영감을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되뇄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고뇌의 흔적들이 담긴 그의 그림들을 다시 한 번 검색해봐야겠다.

 

 

               


고야의 유령 (2008)

Goya's Ghosts 
9.1
감독
밀로스 포만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나탈리 포트만, 스텔란 스카스가드, 랜디 퀘이드, 호세 루이스 고메즈
정보
드라마 | 스페인, 미국 | 113 분 | 2008-04-03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