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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다시 보았지만 여태껏 보았던 일본 영화 중에서 최고로 재미있었던 영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카모메 식당'. 10년 전에 떠난 내 첫 여행지 였던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풍경을 수없이 담아내고 있으며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는 이 영화는 잔잔한 감동으로 소박하지만 소중하고 값진 우리 삶의 교훈들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끔 하는 영화다. 무엇보다 헬싱키에서 직접 가보았던 까페와 시장, 풍경들이 영화 중간중간 끊임 없이 나와서 올 내년 봄에 헬싱키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게끔 만들어 준 영화.

 



내가 바라고 바라던 아내상을 지닌 주인공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 일본 식당의 문을 연다. 이 작은 일본 식당에 들어오는 미도리, 마사꼬, 술취한 아줌마, 커피아저씨 등의 등장인물 모두는 개개인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미도리와 마사꼬는 목적없이 핀란드로 무작정 여행을 떠나왔다가 사치에의 '얼마나 머물건가요?' '왜 하필 핀란드였어요?' 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바쁘게 살아왔던 자신의 삶의 지침을 돌이키며 소박한 카모메 식당의 일을 도우며 삶의 낙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이 영화는 삶을 참 잘 담아내고 있다. 이 말을 끄집어 내기 위해선 영화에서 나온 몇 가지 질문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무엇을하고 싶어요? '
-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 사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일 세상이 끝나면 난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가? 정답은 사치에가 대답해주었다. 나도 아주 맛있는 음식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싶다.


 

2) '원하는 일을 하는게 부럽내요.'
-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거죠.
= 이런 감동적인 말이 어디 있는가? 가끔 원하는 일이 뭔지를 찾아내기 위해 기력을 쓴다. 이 넓은 세상에서 영화속 미도리의 말처럼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것은 너무 많다'. 그런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하지만 사치에의 한마디는 내가 하고 싶었지만, 깔끔하게 나오지 않던 대답을 제시해준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3) '슬픈 사람은 어느나라에나 존재하는군요.'
- 그럼요. 슬픈 건 슬픈거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거죠.
- 누구나 아픔이 있는 거군요.
= 나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 되어본 적은 누구나 있다. 남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나만 세상에 홀로 떨어진 낙오자나 실패자처럼 느끼는 적은 누구나 있다. 어떤 철학자의 말에 따르면 슬픔을 비슷한 상황에 비추어 공감할 수 있지만, 완전히 그 개체와 똑같이 느낄 수는 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작가는 이 세마디 말로 삶의 고난과 슬픔을 치유해준다. 누구나 아픔은 있는 거다. 세상에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4) '언젠가는 모든게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지요.'
- 그래도 변치 않길 바래요.
= 변하지 않는 것. 그런게 존재할까? 이건 누구에게나 있는 작은 소망이자 바람이다. 10년이 지나고 어릴적 살던 동네에 가보니 잡초가 무성하고 마을의 색이 바래져 있었던 것처럼, 우리들의 모습도 삶의 태도도, 마음도 모두가 변하기 마련이다.


 

5) '모든 창조물들은 살아가기 위해 뭔가를 필요로 하죠.'
= 모든 창조물들은 어찌보면 상당히 불쌍하다.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에 의지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살기 위해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난 무엇을 필요로 하여서 이 곳에 있는가를 돌이켜 보게 해준 질문.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는 음식이다. 한국 영화 식객처럼 눈이 즐겁고,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가는 화려한 맛은 없지만, 일본 전통의 소박한 음식들로 그와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미도리가 제의한 퓨전 요리와는 다르게 일본인들의 소울 푸드인 '오니기리(주먹밥)'으로 승부를 본다는 사치에의 결심은 멋지기까지 하다. 소박한 일상을 담아내는 영화를 이러한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음식으로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냄으로써 영화에 빈 틈을 만들어내지 않고 있다.


 

 

카모메 식당은 내가 언젠가는 열고 싶어하는 '모두와 함께 안정을 찾아가는 공간'으로의 가게를 완벽하게 그려내고있다. 이 영화는 처음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무()에서 사람이 꽉 차는 유()로 조금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삶에서의 행복도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면서 무에서 유로 꽉차는 것이라는 교훈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 장면인 사치에의 인사는 내 마음을 당장 헬싱키로 뛰어가게 한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보아도 5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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