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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을 하면서 이 책을 더 일찍 다시 읽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아니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무엇을 공부할지 고민을 하다가 보면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어떻게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일으키느냐다. 적절한 경제개발모델 없이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치/경제적인 협상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 세미나 자료를 보고 각종 한국의 ODA자료와 다른 국제기구의 활동을 보면, 하나 같이 실무적인 이야기 뿐, 왜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명쾌하게 깊게 다뤄주는 설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고민들에 해답은 아닐지라도 또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양념을 가미하는 역할을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신자유주의 까기. 사실 학교에서 경제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라거나 민영화, 외국인 투자 유치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듣고 달달달 외우다시피 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이론들에 세뇌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장하준 교수가 책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꼭 의도해서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우리는 기정화된 완전시장을 가정한 경제 이론에 의문점을 수 억개를 날려볼 필요가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로 얼마나 많은 비주류 경제들이 주목을 받았던가. 폴 크루그먼의 '불활의 경제학',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 조지 소로스 등등이 주목을  받았던 사실은 모두가 배운대로 맞다고 생각하던 경제학에 전혀 다른 시각을 던져주었기 때문이었다.

  

2012년까지 나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저하의 원인을 문화적인 측면과 교육에서 찾고 있었다. 읽은 자료들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사실에 바탕으로 해서 여러가지 사례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교육에 대해서는 크게 틀린게 없는 것 같지만, 문화에 근거해서 그들의 경제와 삶의 정도를 측정하려고 했던 나의 논리는 안일했을 뿐만 아니라 설명하기 쉽고 남들이 설득당할 만한 쉬운 논리를 택한 어설프고 얄팍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현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나는 개발도상국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더 많은 자료를 읽게 되었다. 유네스코를 통해서 한국의 개발 시기에 한국이 받았던 수많은 유/무상 원조와 특히 교육에 관한 지원들은 지금의 한국을 일궈낸 커다란 힘 중 하나다. 하지만 일을 하며 접하는 수많은 사진과 자료들 속에서 보는 한국의 문화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문화와는 차이난다. 내가 2년 넘는 시간 경험한 라오스의 모습과 비슷한 한국의 모습이 흑백사진 속에 담겨있다. 즉 경제발전과 문화는 상호작용을 하지만 경제가 문화를 바꾸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나에게는 더 크게 와닿는다. 이는 내가 라오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받거나 시험중에도 선생님에게 말없이 교실을 나가는 등 자유로운 라오스의 학교 문화가 내 몇 마디에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는 기존에 생각하던 경제학과 너무 상반되는 이야기가 많고 그에 대해 조목조목 풍부한 자료를 통해 반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설득력은 상당하다. 아무리 설득력이 강해도 장하준 교수의 논리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없을까 거듭 고민해보지만 이미 개발협력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일맥상통한 주장이 많고, 경제사를 바탕으로 한 반박은 절레절레 흔들던 고개조차 끄덕끄덕으로 바꾸어 놓는다.

 

다만 이 책의 번역자는 조금 프로페셔널 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에서 회교도라는 이제는 학계에서 쓰지 않는 이슬람교의 잘못된 표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공부를 안하고 번역했다는 것이다.) 또한 에필로그에 싸파티스타를 자파티스타로 번역하는 등 사전지식 없이 닥치는 대로 자기 편하게 번역함으로써 가장 관심 있게 읽으려던 문화/에필로그 두 장에서 집중이 계속 흐트러져서 짜증이 났다.

 

중남미지역을 공부하면서 중남미 지역의 큰 전환점이자 현재 중남미의 암울함을 만들어놓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이 접했다.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니라 소외되는 다른 국가들을 볼 때마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개발모델을 찾으려고 고민할 때 마다 이 책은 늘 손에 쥐어있을 것 같다. 한국이 그랬듯이 다른 나라들도 최소한의 삶의 질과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길 위에서 내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장하준(Ha-Joon Chang) / 이순희역
출판 : 부키 200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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