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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


우리 삶에 너무 깊게 파고들어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미디어가 무엇일까? 인터넷이다. 하이퍼텍스트의 연결로 이루어진 정보의 집합체이자 인류에게 무한한 편의를 선물하고 있는 이 괴물 같은 미디어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는가?

 

그대. 책을 들고 독서하는 행위가 점차 투쟁이 되어가고 있진 않은가?

 

비디오나 각종 매체를 보면 내용이 청소년 혹은 어떤 대상에게 맞지 않으므로 지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흔히 접할 수 있다. 너무 흔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다. 컨텐츠가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은 말이다. 컨텐츠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 즉 미디어는 우리에게 편리만을 제공하고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 책은 그에 관한 의문과 연구를 흥미롭게 뇌 과학과 연관해 설명해내고 있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가해지는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결국 미디어 콘텐츠는 미디어 그 자체보다 덜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략] “기술의 영향력은 의견이나 개념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이 영향력은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 없이 바꾸어놓는다는 것이다.” - P. 9

 

 

요즘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온다고 이야기 하던 시절이 며칠 전 같은데 벌써 몇 년이 지나 이제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릴 듣고 살아야 한다. 편리해진 세상, 모든 걸 손 안에 넣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자.

 

 

 

 

과거 콘솔기기 앞에 앉아서 조이패드를 들던 모습은 컴퓨터 게임의 등장으로 몸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고 손 끝만을 움직이는 키보드와 마우스만 까딱까딱 거리게끔 단순화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손바닥에 기기를 놓고 우리는 거북이 목을 하며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이용해서 대부분 게임을 한다. 최근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히트를 쳤던 대부분의 게임 중에 두 손가락이 필요한 게임이 몇이나 될까? 그 두 손가락마저도 그 작은 3.5~4.0인치 화면 안의 1인치도 되지 않는 부분에서 움직이고 있다.

 

 

게임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어떠한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한 손가락으로 앱을 실행하며, 이미지화되어 연결되어 있는 이미지의 하이퍼텍스트 세계를 몸에 달린 한 손가락을 들고 이리저리 이동한다. 블로그는 이미지와 짧은 글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글이 길어지고 이미지가 적은 글은 사람들에게서 외면 당한다. 필요한 정보만 찾고 넘어가면 시간도 절약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뇌는 우리가 사고하는 대로 바뀐다. - p. 55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글자가 없던 세상에서 글이라는 미디어가 생기면서 인간 사고가 어떻게 확장되는 지를 역사에서 훑으면서 시작한다는 점에 있다. 요약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은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나 주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보다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 P. 115

 

 

기술이 많아지면서 정보에 접하는 통로가 활짝 열렸다. 하지만 이 사실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었다거나 더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다. 명절에 모인 친척들을 보면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다른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라는 미디어의 발달과 편리성이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학교 도서관의 노트북 열람실에 가보면 더 가관이다. 학생들이 시험기간이나 발표가 있을 때 노트북 열람실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켜놓고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한다. 하지만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발표준비를 하면서 이메일이나 뉴스피드 혹은 SNS등에 답글을 다는 등의 멀티태스킹을 해내고(?)있다. 이미 우리 대부분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에 대한 고민도 없다. 이에 우리의 일 적인 부분에서의 효용과 효율은 점차 떨어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은 원래는 텔레비전을 보는데 소요되던 시간에서 비롯되었다고 흔히 짐작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미디어 활동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인터넷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예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거나 혹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 p. 133

 

 

멀티태스킹을 더 많이 할수록 덜 신중해지고, 문제에 대해 덜 생각하고, 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독창적인 사고로 도전하기보다는 관습적인 생각과 해결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 p. 209

 

 

 

 

사실 이 책을 학교에서 빌려 읽었다. 이 책의 앞 1/3은 누군가 읽었던 흔적이 보인다. 노란 형광펜도 보이고 빨간색 볼펜의 밑줄도 보인다. 검은색 밑줄까지 보이는 것을 보면 최소한 이 세 명은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을 밑줄 그어가며 읽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1부가 끝나갈 무렵부터 누군가 이 책을 읽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만 그럴까? 빌려놓은 나머지 3권의 책을 기준으로 뒤적거려본다. 역시나 1/3 까지는 누군가 읽은 흔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는 없다. (이 사실은 수학의 정석에서 집합부분만 까맣다거나 하는 점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현상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작가의 주장은 더욱 와 닿는다.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고요함이 의미와 정신의 일부였던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는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우리는 역사적인 표준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 p. 163

 

 

필요한 정보는 심지어 과거에는 도서관에 가서 고요하게 뒤져야 했던 고급정보일 지라도, 이제는 대부분 논문검색이나 블로그 검색으로 그 전체의 맥락보다는 부분의 맥락만 복사하기 바쁜 시대가 되어 버렸다. 문서나 책을 읽는데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을 보는 조감(Birdeye view)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어떠한 텍스트를 읽는데 대충 훑어보고 필요할 때 다시 찾는 방식의 읽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가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학자가 되고 싶은 나에겐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내용이 있다. 논문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문서 찾기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인용이 생길 것이라는 일반 적인 생각과 달리 더 많은 저널들이 온라인 발행으로 옮겨가면서 학자들이 인용한 논문의 양이 오히려 감소했다며 또한 가능한 정보의 확장은 과학과 학문의 편협함을 낳았다고 이야기한다.(p.314) 이는 영국에서 에세이를 쓸 때 느꼈던 회의감을 다시금 불러 일으켰다. 영문학과 수업을 듣고 있었던 나는 중간고사 에세이를 제출하기 위해 많은 논문과 책을 뒤졌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에세이를 읽어봤을 때, 대부분의 인용서적과 인용논문이 같았으며, 어쩌다 구석에서 발견했었던 주제와 상관없는 제목의 논문은 그들이 대부분 지나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 때 수능 공부를 할 때도 지문에 자주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 기술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말 그럴까? 이 자체가 이미 사람이 가진 자만심을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언제든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의지의 화신으로 믿으며 동시에 기술은 단순한 객체로 전락시켜 우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런 자만심. 크게 고민해 볼 일이다.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쓸 때는 늘, 책을 9/10정도 읽었을 때다. 다 읽어가니까 읽자마자 써야지라고 생각을 하는 그 마지막 순간 책이 끝나질 않는다. 계속해서 인터넷을 들락날락 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칙을 정해봤다.

 

 

책을 읽을 때 가능하면 3~4시간 책에만 집중을 한다.

다 읽고 나면 책에 대해서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컴퓨터가 없는 장소에서 생각해보도록 한다.

 

 

나는 책에 별 10개를 잘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과감히 주기로 했다. 그만큼 여러 생각들이 얽히고 설키어 내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었기 때문이다. 문자의 발명과 인간사고의 확장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읽는 족족 즉각적으로 나와 다른 이들의 생활방식을 돌이켜보며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내 모습에 놀랐고, 그러지 않았었음을 반성했고, 더 나은 방식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끔 독자인 나를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 책에 박수를 보낸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 / 최지향역
출판 : 청림출판 201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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