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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많다. 사람들과의 술자리부터 연인과의 데이트 자리에서도 적지 않은 말수다. 말을 많이 하는 이유는 생각이 엉키어 정리가 되지 않을 때 이런 저런 말을 하다 보면 그 문제가 어느새 정리되고 생각을 개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가끔 너무 과한 말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경박해 보이진 않았을까 혹은 내 말만 한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과 반성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게 한다.

 

2013년 새해에 좀 더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 처음으로 찾은 중고서적 가게에서 내가 제일 먼저 검색한 주제는 경청이었다. 여러 권의 책이 있었지만, 몇 권은 종교서적이었으므로 나와 당장은 무관한 책 이었다. 남은 두 권은 동화 같은 이야기로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었던 경청과 비즈니스에서의 경청의 힘을 강조한 ‘Listen : 5분 경청의 힘이었다.

 

애초의 목적했던 바와는 달리 후자를 선택했다. 이 책은 비즈니스에서의 경청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적은 있는 표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 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이해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청을 하는 방법과 나쁜 청자로서의 내 습관들을 버리고 좀 더 열린 자세를 취하기 위해 편견 없이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당신이 말할 때 조용히 듣던 사람이다.라는 문구가 책 표지에 빨간 글씨로 강조되어 있었다. 성공하고 안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라오스에서의 나를 돌아 보았을 때, 나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던 방법이 나의 감정을 토로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방향 보다는 이해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자인 버나드 페라리에 따르면 경청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듣는 것이다. 사실 사람과 사람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이는 드물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고 해도 그 사실이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와 동의어는 아니다. 이런 점이 때때로 발생하는 서로간의 오해와 섭섭함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타인에게 던지게 되는 이유와도 동일선 상에 있는 것 같다. 목적 없는 말을 뱉는 화자와 목적 없이 말을 듣는 청자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저자의 말처럼 상대방과의 대화 속에 던져진 나를 어떻게 통제하면서 경청 하느냐는 중요한 비즈니스를 떠나서 인간과 인간의 쌍방향적인 교류 속에서 중요하다.

 

저자의 많은 충고와 조언들이 있지만 상대의 말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다. 나머지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는 안 읽어도 그만인 내용이었다. 이 한 줄을 읽기 위해 아니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잘라 먹고 상대방에게 자기 말을 하기 바쁘다. 상대방이 나와 생각이 다른 이야기를 고집할 때도 무작정 끼어들기 보다는 우선 침묵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 뒤 생각을 하고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가 저지르는 수많은 대화 실수와 실례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동안 경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면서 유재석 같은 진행자를 예로 들곤 했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나였기에 공감을 할 수 없었는데, 요즘 여러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관찰해 보니 이야기를 관심을 가지고 듣고, 상대방에게 반응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또한 이런 점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유재석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최근 한 후배와의 식사 자리에 나가기 전 침묵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라는 다짐을 했음에도 쉽지가 않았다. 결국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쉽지 않기 때문에 늘 염두에 두고 습관화 해야겠다.

 

리슨 Listen!
국내도서>자기계발
저자 : 버나드 T. 페라리(Bernard T. Ferrari) / 장세현역
출판 : 걷는나무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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